이기선은 김소원과 이수은 그리고 새로운 질서와 함께하며 케이크와 이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이 목록과 관련한 질문들

기억력이 나쁜 편이다. 가족과 친구들이 그거 기억 안 나냐고 놀라고는 한다. 그들이 기억하고 내가 잊은 이기선은 누구일까? 그 사람은 죽었을까?

산다는 건 시시각각 죽고 태어나는 일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무수한 자매들이 있다. 그들이 각자의 현재를 영원히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는 내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데 일화 기억은 꿈, 내가 겪지 않은 사실, 픽션에 관한 기억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1행은 나와 주변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작성한, 유령 홀씨 같은 순간들이다. 2행과 3행은 앞선 것과 동시대에 존재한 평행 세계에서 빌려온 발췌문들로, 다른 시간대의 내가 찾아내고 좋아한 말들이다. 간혹 같은 시절에 좋아한 것도 있다. 순간과 달리 방부 처리된 그 말들에 기댄다.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나 연관을 맥락이라고 한다. 아래 행들에서 어떤 맥락을 찾을 수 있을까?

각주

1.

희망병원 회복실에 누워 있는 미경. 말복 더위.

방문에 걸어둔 그네에 앉아 저녁 밥을 우물거리며 졸다가 뒤로 자빠진다. 뒤통수를 일곱 바늘 꼬맨다. 수술이 끝나고도 입안에 밥알이 남아 있다. 병일은 그네를 등 받침 있는 그네로 교체한다.

미경과 병일은 기선에게 나는 찬 밥이다,라고 말하게 한다. 나는 찬 밥이다,라고 따라하는 기선을 보며 웃는다.

아파트 단지 풀밭에서 기선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아기의 무게에 휘청거린다. 미경이 셔터를 누른다.

마트에서 세탁기 장난감을 본 기선이 사달라고 한다. 미경과 병일은 버릇을 들이기 위해 사주지 않는다.1. 이후로

설거지하는 미경에게 기선이 새로 터득한 맞춤법을 자랑한다. 엄마, 가방은 기역에 아에 비읍에 아에 이응 받침이죠? 미경은 대답할 정신이 없다.

기선은 유치원에서 만든 종이 별 왕관을 급히 챙겨 미경의 카메라 앞으로 뛰어가다가 넘어져 입술을 찧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달려간다.2. 사진 속

유치원에 있던 색이 예쁜 고무줄을 몇 개 몰래 사물함의 가방에 숨긴다.

미경과 병일이 기선에게 그림 일기장을 사준다. 그날 있던 일을 순서대로 적는다.3. 첫 문자

2.

오늘 뉴스데스크에는 재난과 사고소식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리비아 트리폴리공항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DC-10항공기 사고는 이 시각 현재 35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또 울릉도에서는 관광 헬기가 추락해 14명이 사망, 실종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한편,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고 있는 태풍 쥬디호가 내일아침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되고 있어 남부지방은 재해비상체제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추성춘 앵커


냉전시대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동독이 오늘 서방을 향한 모든 국경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즉각 수천여명의 동서독인들이 분단의 장벽을 자유로이 왕래하며 환희의 밤을 지새웠습니다.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는데 “가거라! 38선아“를 정규 하는 우리는 또 가슴이 쓰라리게 미어집니다.
엄기영 앵커


NASA의 허블 우주 망원경이 4,000만 광년 떨어진 거대한 처녀자리 은하단에 위치한 은하 중심의 놀라울 만큼 세밀한 이미지를 제공했다. 천문학자들이 허블 우주 망원경을 통해 은하의 비밀스러운 중심부를 조사하여 거대 블랙홀을 찾아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STScI 뉴스팀

3.

"Jun, why do you only take pictures of the rooms we stay in and never what we see outside while we travel?"
"Those other things are in my memory. The hotel rooms and the airports are the things I'll forget."
Mitsuko and Jun


"마법이란 건 주문을 외우는 게 아니지?"
키키


"Mr. Cooper, how do you take it?"
"Black as midnight on a moonless night."
Pete Martell and Dale Cooper


"생각을 한 게 아니라, 본 거야. 내 생각을 본 거지. 내가 떠나야 하는지 머물러야 하는지 알기 위해 했던 모든 생각들을 순식간에 해버린 거야. 그러고 나서 보게 되었어.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보았고'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았어'."
펠리시


그게 다예요. 이야기 끝이에요. 한 인생이 끝나고 다른 인생이 시작된 거죠. 하지만 이 삶의 매순간 전 다른 내가 어떻게 됐을지 못 견디게 궁금해요. 가방을 가지러 가지 않았던 저 말이에요. 마치 그녀가 저 바깥 어딘가에 있고 전 그녀의 그림자 속을 걸어 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
트리시아 맥밀런

아침마다 스스로 영어 공부하는 기선을 미경이 칭찬한다.

침대에 누워 죽음의 공포를 처음 느낀다. 그후로 이따금씩 죽음의 공포가 찾아오는 밤이면 미경과 병일의 침대로 가 잠시 머문다.4. 이후로 죽음의

담임 교사가 아이들 앞에서 기선의 일기를 읽어준다. 아침마다 함께 등교하는 친구가 눈이 부어 있어 혹시 운 걸까 신경이 쓰였다는 내용이다. 친구에게 미안하다. 다른 반이긴 하지만.

숙제용 일기에 담임 교사가 적어주는 평가를 의식한다. 칭찬을 기대하고 쓴 일기보다도, 날이 추워서 그늘을 피해 해 비추는 곳을 따라 걸어갔다,라는, 대충 쓴 짧은 일기에 교사가 더 높은 점수를 주자 의아하다.5. 예측할 수 없는

가족은 나가사키로 단체 여행을 간다.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간 뒤 부산항에서 배를 탄다. 아소산에서 유황 냄새를 처음 맡는다. 하우스텐보스에서 병일이 기선에게 미키와 미니가 그려진 오르골을 사준다. 뚜껑을 열면 디즈니 만화 영화 클로징 음악이 흘러 나온다.

폼페이 최후의 날 전시를 보고 공포를 느낀다.

이사를 가게 되며 처음이자 유일하게 전학을 간다.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던 경민과 함께다.6. 문이과로 나뉘기

이삿짐을 나르는 동안 기선은 새 집 앞 계단에서 주소를 외운다.7. 그곳에서 초, 중, 고

출근을 준비하며 병일은 아이엠에프, 나는 에프다,라고 농담을 한다. 기선은 마지막 군고구마라는 제목의 첫 단편 소설을 쓴다.

병일이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누워 하늘을 보면서, 실은 하늘이 저 아래에 있다고 상상한다.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이다.
레너드 셸비


우리가 가장 가까이 스친 이 순간 서로의 거리는 단 0.01cm였고 6시간 후 그녀는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223


우리는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안진진

아파트 상가 음반 매장에서 핑클의 정규 2집 화이트 테이프를 산다. 팬심은 보아를 거쳐 지오디로 이어져, 음반 발매일이면 상가 음반 매장에 달려가 브로마이드와 씨디를 산다. 노래를 다 외우고, 지오디가 광고하는 하몬스를 사 먹는다. 한데 친구들과 간 연말 시상식 공연에서 지오디를 제치고 핑클이 대상을 받자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지른다. 그때 깨닫는다. 자신이 지금 하늘색 풍선을 흔드는 건 친구들이 다 지오디 팬이기 때문이라는 걸, 실은 마음속에 핑클이 있었다는 걸.8. 걸그룹에 대한 사랑은

미경은 논술 과외 수업을 한다. 분심이 주기적으로 집에 와 손주들을 봐준다. 분심은 기선의 방에서 잔다. 분심은 자다가 가는 게 소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가끔 기선은 잠이 든 그녀가 숨을 쉬는지 확인한다.

친구들과 비밀 일기장을 쓴다.

폐휴지 모으는 날, 신문지를 노끈으로 묶어 가져간다. 방과 후 폐휴지 모은 트럭 위에 올라가서 논다.

처음 접속한 웹사이트는 문학수첩에서 제작한 해리 포터 웹사이트와 의류 브랜드 써스데이 아일랜드 웹사이트다. 써스데이 아일랜드 웹사이트에서는 채드 앤드 제러미의 어 서머 송이 흘러나온다.

남자아이들이 매기는 좋아하는 이성 친구 순위에 속으로 신경 쓴다.

친구들과 링, 주온 같은 공포 영화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본다. 드라마 가을동화와 영화 동감이 인기다.

해리 포터 한국어판이 출간된다. 밤을 새서 읽고 호그와트에서 편지가 오기를 고대한다.

카메라 기능이 있는 핸드폰을 처음 산다. 셀카를 처음 찍는다.9. 여러 번 바꾸게 되는

시험 끝나면 반에서 다같이 금발이 너무해, 화이트 칙스 같은 하이틴 영화를 시청한다.

미경이 마지못해 사준 캘빈 클라인 진, 카키색 스웨이드로 된 퓨마 스피드캣.

빗소리에 감추려 하는
그대의 울먹임을 알고 있어
내 어깨 위엔 저 비가 아닌
그대의 눈물인 것도

한 번만 더 그대의 품에 안겨
맘껏 울 수 있다면
그대 잠든 곳에 언제나 찾아가서
끝없는 얘기할 텐데
핑클


스페인 북부 블라녜스에서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로베르토 볼라뇨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재능 있고 놀라운 작가였다. (중략) 런던을 방문한 볼라뇨가 가장 기뻐한 사실은 그가 실제 자아보다도 픽션의 인물로서 더 잘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베스트셀러 소설 살라미스의 군인들에서 그가 주요 인물 중 하나로 등장하는데, 로베르토 볼라뇨라는 작중 캐릭터는 작가가 소설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도록 돕는다. 볼라뇨는 이 같은 현실과 픽션의 혼합을 삶과 문학이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확증으로 보았다. 당시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책을 끝까지 읽었다고 해서 결코 독서가 끝난 것이 아니다. 죽음이 확실해졌다고 해서 삶이 끝난 게 아니듯이."
기자 닉 카이사토르


솔라리스, 주의 목소리 등 작품을 통해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를 성찰한 폴란드 SF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어제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그의 비서가 AP 통신에 전한 바에 따르면 심부전이 원인이었다.
기자 벤 시사리오

"끝났는데 뭐. 미련 있어?"
지하철 매점에서 산 딸기맛 빼빼로 상자를 뜯으면서 유즈가 다케이와 마미코에게 말했다. 홈 여기저기에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서 있어, 지하철이 마치 학교의 일부인 것 같다.
"내일 볼 세게사 시험이나 생각하는 게 좋지 않겠냐."
유즈는 옅은 색 립크림을 바른 매끈한 입술로 말하고, 딸기맛 빼빼로를 톡 톡 잘라 먹는다. 하지만 마미코와 다케이는 아까 끝난 생물 시험지를 손에 들고 머리를 맞대고서 계속 답을 맞추고 있다. 시험에 관한 한 유즈는 달관해 있다. 영어 말고는 절대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닌데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영어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다.
기쿠코


그러나 그 순간만은 나도 그 모든 계산들을 잊고 우리의 비이성적인 결함에 대한 남편의 수줍은 예찬에 동참하고 싶었다. 그의 오해를 바로잡아주는 대신, 나는 아무 말 없이 남편과 함께 복도 구석에 서서 서서히 멀어져가는 운하 도시의 흐릿한 불빛을 바라보았다. 열차가 아즈텍을 떠난 뒤에도 그의 옆얼굴에는 예의 사람 좋은 미소의 끝자락이 남아 있었다.
국제철도회사 대표


헵타포드의 경우 모든 언어는 수행문이었다. 정보 전달을 위해 언어를 이용하는 대신, 그들은 현실화를 위해 언어를 이용했다. 그렇다. 어떤 대화가 됐든 헵타포드들은 대화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지식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대화가 행해져야 했던 것이다.
루이즈 뱅크스

여고 첫 학기, 이름 가나다순으로 자리를 정해 짝이 된 아름은 품에 늘 레스포색 백팩을 끌어안고 있고, 길이 잘 든 반스 슬립온을 신고 다닌다.

아름을 통해 잡지 지큐를 알게 되고서 그것을 감각의 기준으로 삼는다. 아름이 추천한 듀나의 태평양 횡단 특급과 에쿠니 가오리 소설들을 읽는다. 팬시한 단어들을 마음에 새긴다. 쿠안트로, 비엔나 커피, 딸기맛 빼빼로, 브르봉 과자 화이트 롤리타, 손잡이가 사슴뿔로 돼 있는 입센로랑의 백.

쉬는 시간 10분. 엎드려 자거나 매점에서 샐러드빵을 사 먹거나 친구와 손 잡고 운동장을 산책하다가 종소리에 뛰어 들어가기.

한복 입고 하는 전통 수업, 창작 무용 수행 평가, 찰흙으로 자유 창작하기. 아름의 작품을 보고 놀란다.

배구공 토스를 하는 체육 수행 평가 때, 처음에 엉망이던 기선은 과외까지 받고 기어코 만점을 받는다. 아름은 충격을 받는다.

학교 수영장에서 수업을 받다가 유리 조각에 발가락이 찔려, 미경과 함께 병원에 간다. 상처를 꼬맨 뒤 외식을 한다. 잠뱅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10. 발가락 상처는

아침마다 진실과 상가 스타벅스에서 만나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사 들고 등교한다.

학교에선 모의고사가 끝나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방송으로 불러 빵을 나눠주고 칭찬한다. 우쭐하기도, 어색하기도 하다.

아파트 앞 공원 벤치에 누워 나무와 하늘을 본다. 흐린 날 분홍빛 하늘을 보는 게 좋다. 카를라 브루니 앨범을 듣고 프랑스어에 관심을 가진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바이블로 삼는다. 자포드 비블블락스의 우주선이 온다면 가방 같은 건 챙기지 않고 곧장 함께 떠나야겠다고 다짐한다.

문제집 여백에 낙서한다. 대학교 진학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고 그때부터 삶을 새로 시작하게 되리라고.11. 이는 미래에 수능 며칠 전 방에서 몰래 드라마 경성스캔들을 본다.

대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고 입학하기 전까지, 애거서 크리스티, 무라카미 하루키, 필립 K. 딕을 방바닥에 쌓아 놓고 읽는다.

지난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 지난달 시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 1위, 그리고 17일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정상. 이제 16세 소녀에게 남은 일은 정상을 지키는 것뿐이다.
김석 기자


You're my picture on the wall
You're my vision in the hall
You're the one I'm talking to
When I get in from my work
You are my girl and you don't even know it
Belle and Sebastian

"미안하지만 춤 좀 출게요. 춤 연습을 해야 해서요."
"네?"
"저는 파마가 끝날 때까지 할 게 없거든요. 그러니까 춤 좀 출게요."
"네..."
"다행이다. 안 된다고 하면 어쩌나 했네."
스즈메와 미용사

첫 학기 때 외계 행성과 생명체라는 수업을 듣는다. 드레이크 방정식에 따라 외계에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을 계산하는 수업이다. 그후로도 분자 생물학 같은 타과 수업을 기웃거린다. 그러다가 영어영문학을 복수 전공하게 된다.

이동신 교수의 수업을 발견한 후로 학기마다 찾아 듣는다. J. G. 밸러드, 스티븐 킹, 마거릿 애트우드 같은 작가를 다루는, 영어영문학과에서 유일한 수업이다. 방황하던 대학 생활에서 공부의 재미를 처음 느낀다.

집 앞 공원을 걷다가 토끼를 구경할 때 합격 전화를 받는다. 랭기지 스페셜리스트라는 희한한 이름이다. 상하이, 도쿄, 싱가포르 다른 지사의 또래 친구들을 사귀고, 보고 싶다는 말을 각국 언어로 익힌다. 몇 번 만나지 못하고 사내 메신저로 수다만 나누는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워씨앙니, 아이따이.

언덕 동네 카페에 면접을 보러 간다. 두 사람, 페리에, 웃음.

마감 새벽, 편의점을 오가는 숱한 날 중 어느 겨울 하루는 은빛 별이 많이 보인다. 다 인공위성이라고 생각한다.

블랙홀처럼 (Yeah) 빨려들어가 (Haha)
끝이 안보여 (Yeah) 떨어져 쿵 (Oh)
여기는 어디 (Yeah) 열심히 딩동딩동
대체 난 누구 (A-Ha) 머릿속이 빙그르르르르
에프엑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신형철 평론가

약력

서울시 동작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부킹닷컴에서 랭기지 스페셜리스트로,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서 에디터로 일했다. 2022년 여름에는 프리랜스 편집자이자 기고가라고 자기 소개를 하며, 새로운 질서와 함께했다.